이제 완연한 봄이다. 꽃샘추위도 있는 둥 마는 둥, 성질 급한 봄이 바위처럼 도착해 있었다. 나도 몰래. 집을 나서면 꽃들이 학교 수업을 끝내고 운동장으로 달려 나오는 아이들처럼 서로의 위용을 어필하기 위한 생존의 욕구들이 등장한다. 봄의 꽃이다. 매화부터 시작인가 했더니 금세 개나리와 진달래도 피어난다. 자기만의 특기들을 앞세워 피어나는 것이다. 나는 이 과정이 정말 신비스럽다. 동시에 피어나 같은 꿈을 향하지만 똑같은 방법을 쓰지 않는다. 자기만의 주 무기가 따로 있다. 색깔과 향기다. 비슷한 것은 없다. 다 다른 것들이고 다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처음이어서 매화가 아름답고 진달래의 화려함. 혼자서는 빛을 발하기엔 조명이 조금 약하다 싶었는지 개나리는 군집생활을 한다. 그래서 꽃 이름 앞에 붙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