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로 왔다. 남해바다를 자주 보다가 동해바다를 깊게 바라본 건 어쩌면 처음이지 않을까. 같은 바닷물이지만 같은 태평양 물결이지만 그 이름이 갖는 상징성은 나의 시선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같은 지구 땅덩어리이지만 지구별은 그냥 지구별이다. 그렇지만 각각의 이름을 붙이면, 상징을 부여하면, 인간 열정과 무의식마저도 움직이게 한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가 말한 ‘이름이 없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우리는 분모위에 분자를 얹혀 놓는 것처럼 새로운 탑을 쌓게 되는 것이다. , 고성 통일전망대를 가는 길위에서 강원도 최북단 고성에서 만난 동해바다, 그 갈매기, 그 파도, 심지어는 나의 호흡으로 뱉어낸 이산화탄소마저도 바람의 날려 북으로 가지 않을까. 칼 구스타프 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