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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로 왔다.
남해바다를 자주 보다가 동해바다를 깊게 바라본 건 어쩌면 처음이지 않을까.
같은 바닷물이지만
같은 태평양 물결이지만
그 이름이 갖는 상징성은 나의 시선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같은 지구 땅덩어리이지만
지구별은 그냥 지구별이다.
그렇지만 각각의 이름을 붙이면, 상징을 부여하면,
인간 열정과 무의식마저도 움직이게 한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가 말한 ‘이름이 없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우리는 분모위에 분자를 얹혀 놓는 것처럼
새로운 탑을 쌓게 되는 것이다.
고성 통일전망대를 가는 길위에서
강원도 최북단 고성에서 만난 동해바다,
그 갈매기, 그 파도,
심지어는 나의 호흡으로 뱉어낸 이산화탄소마저도
바람의 날려 북으로 가지 않을까.
칼 구스타프 융이 말한 그 상징!
이런 상징이 나를 긴장하게 한다.
우리를 거룩하게 하는 것이다.
금강산콘도에서 바라본 대진항 등대
마지막 분단국가!
여기 최전선!
비무장지대를 앞두고 가슴을 쓸어안는 기묘한 감정을 품게 된다.
밤에 본 대진항
평화의 무드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건만
아직도 분단과 대립에 익숙해져 버린
이내 몸과 마음은
아직 평화를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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