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50골 이상을 터뜨리는 사기 캐릭터들. '축구의 신'이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은 두 선수. '메날두'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31·FC 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가 또 한 번의 좌절감을 맛봤다.
'지구촌 최고의 축구 축제' 월드컵에서 고개를 숙인 메시와 호날두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자.
나는 이들이 고개를 숙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경기에서 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지난 10여 년간 호날두와 메시는 우리에게 큰 즐거움과 놀라움을 선물 하였다. ‘인간계 최강’이란 별명을 붙여가며 둘 중에 누가 더 축구를 잘 하는지 갑론을박에 정신이 없었다.
정작 이 둘은 그저 축구를 사랑하며, 축구를 통한 관계를 지향하였고, 다른 선수들과 같이 그 전술과 팀워크 속에서 이타주의를 보여준 것 뿐이었다.
호날두와 메시는 서로를 라이벌로 보지 않을 것이다. ‘너로 하여 나 빛난다’를 이미 알아버린 천재들이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경기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게 안타깝지만 이미 이들은 우리에게 커다란 선물을 주었다.
얼굴도 모르는 지구인들에게 말이다.
간혹 ‘비운의 천재’나 불운의 아이콘‘이라는 허무맹랑한 말로 이 둘을 평가절하 하지 마시라.
그런 건 가소로운 짓이다.
사진출처,SBS
“내가 플레이를 잘 했는지, 못 했는지는 득점 여부와 관계가 없다.
좋은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그라운드 위에서 플레이에 관여하고, 자주 볼을 만지고, 볼 소유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좋은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 골을 넣는 것은 아니다. 골을 넣었다고 내가 잘 한 것은 아니다.
골을 넣었지만 형편없는 플레이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골은 그런 것들을 덮어버린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들을 배운다. 예전에는 공을 잡으면, 내가 뭔가를 해내려고 했다. 지금은 조금 더 팀으로 경기하려고 한다. 내게 온 공을 내보내려고 한다. 단지 마무리를 하거나, 나를 위한 플레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난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하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서 팀을 돕고자 한다.
달리는 건 언제나 같지만, 다른 방식으로 달리고 있다.” -by 메시
그렇지만 메시는 꼭 필요할 때는 전력으로 뛴다. 전방 압박도 펼친다. 첼시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볼을 빼앗아 골로 가는 길을 연 장면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보통 선수들은 경기에 통제 당한다. 메시는 공을 잡을 때나 잡지 않을 때 자신의 선택을 통해 경기를 통제하려고 한다. 그 점이 다른 선수들과 다른 점이다.” - by 메시동료,하비에르 마스체라노
경기 도중 선수 한 명이 공을 소유하는 시간은 짧다. 공을 소유했을 때 믿기지 않는 플레이를 펼치는 메시는, 30대를 전후로 공이 없을 때의 플레이를 개선하고 발전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였다고 고백했다.
메시가 경기 중 많이 뛰지 않는 것은 단지 체력을 비축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모습은 지네딘 지단이 현역 시절 집중했던 행동이기도 하다. 지단도 경기 중 끊임없이 고개를 들고 경기장 이곳저곳을 살핀다. 공을 쥔 시간이 훨씬 적은 그의 90분은 대부분 이런 지루한 관찰 행동으로 점철되어 있다. 경기 중 그의 90분만 추적한 다큐멘터리에는 지단이 끊임없이 공간과 선수를 살피는 모습이 반복된다. 메시의 90분도 그와 다르지 않다.
사진출처,아임어메이커블로그
호날두! 그도 다르지 않다.
호날두는 비록 패배했지만 경기 중에 슈퍼스타다운 매너를 보였다. 후반 25분 카바니가 갑자기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그러자 호날두는 직접 카바니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고, 카바니는 그의 도움으로
그라운드를 절룩거리며 걸어 나간다.
승부보다 빛났던 아름다운 스포츠맨십에 경기장에 있던 관중들은 박수를 쏟아냈다. 메시와 호날두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 메이저대회 우승' 기회로 점찍었다. 어느덧 두 선수도 30대 중반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컵 우승 꿈이 또다시 물거품이 됐다.
나란히 조별리그에서 페널티킥 실패의 아픔을 겪는 등 '축구의 신'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메시는 1골 2도움, 호날두는 4골로 대회를 마감했다.
호날두와 메시는 공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도 천재적이다. 경기 전체와 순간을 모두 통제하는 선수다. 메시가 속한 바르셀로나나 아르헨티나, 또 호날두가 속한 레알마드리드나 포루투칼이 상대편에 비해 매 경기 공을 오래 소유하며 경기하기 때문에 공이 없이 이곳저곳 뛰어 다니며 활동 거리를 늘릴 필요가 없는 상황이지만, 프로 선수들의 평균 적으로 10km 가량을 뛴다는 점을 보면 꽤 적다.
메시와 호날두는는 필요한 위치를 찾아가고, 필요한 위치로 공을 보내고, 필요한 상황에 스프린트한다. 경기 통계의 측면에서 본다면 효율적이다.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한다. 발롱도르 상도 5번씩 나눠가졌다.
나는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가난이 너무나 싫었지만 도망치고 또 도망쳐도 결국 가난은 나를 잡아먹었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였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나는 너무 두려웠다.
형은 마약중독자였다. 형은 약에 취해 삶에 의욕도 없었다.
가난한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은 청소부 일을 하는 우리 어머니였다.
청소부 일을 하는 어머니가 난 너무 부끄러웠다.
어느 날 빈민가 놀이터에서 혼자 흙장난을 치던 나에게 보인 것은 저 멀리서 축구를 하는 동네 친구들이였다. 내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나를 축구에 껴주지는 않았지만 원망하지는 않았다.
우연히 날아온 축구공을 찼을 때 난 처음으로 희열이란 것을 느꼈다.
"어머니 저도 축구가 하고 싶어요.
축구팀에 보내주세요"
철없는 아들의 부탁에 어머니는 당황했다. 자신들의 형편으로는 비싼 축구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 한 것이기에. 그렇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꿈을 무시할 수 없었고 나와 함께 이곳저곳 팀을 알아봐 주셨다.
겨우 저렴한 가격에 팀에 들어 올 수 있었던 나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패스 한번 받지 못하고 조명이 꺼지고 모두가 돌아간 뒤에는 혼자 남아 축구공을 닦아야 했다.
실수 없이는 발전도 없다.
축구 책을 펼쳤을 때 펠레와 마라도나 옆에 내 이름이 있길 바란다. by 호날두
재능은 연습을 뛰어넘지 못하고 연습은 인성을 뛰어넘지 못한다.
나는 호날두와 메시! 그들의 은퇴 후의 삶을 더 기다려진다.
사진출처,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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