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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비도클, 모두를 위한 불멸

von3000 2019. 6. 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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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뒀다가 무엇에 쓰지요?

 

 

100년 전, '불멸'을 꿈꾼 이들이 있었다.

 

1천 년에 걸친 봉건 체제가 붕괴한 러시아에서 등장한 이들은 인류 모두의 영생을 갈망했고, 그 해법을 찾기 위해 기술 개발, 특히 우주로 눈을 돌렸다. '러시아 우주론'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1917년 소비에트 혁명 이후 사라진 러시아 우주론은 특히 최근 몇 년간 서구 학계와 예술계에서 주목받는다.

 

2017년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콘퍼런스 '죽음 없는 예술: 러시아 우주론'이 열린 데 이어 이듬해 미국에서는 선구자 니콜라이 페도로프(18291903) 우주론을 소개한 책이 출간됐다.

 

소설가 예브게니 엡투센코(1932~ )는...

실제 자신의 소설 [딸기밭]에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찌올 콥스키를 등장시켜 이 사상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찌올 콥스키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만약 사람들이 적대적인 싸움에 쓰는 돈을 서로를 위한 일에 쓴다면 질병뿐만 아니라 죽음 자체도 정복할 수 있을 겁니다.

죽음은 또한 질병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바이러스를 우리가 모를 뿐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먼 조상을 부활시킬 방법을 배우게 될지 모릅니다.

어떻습니까?

소크라테스와 아침을 먹고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과 점심을 먹고 푸시킨과 저녁 식사를 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세미라도프는 찌올 콥스키에게 물었다.

 

대체 세상 사람들을 전부 어떻게 처치할 것입니까? 지구는 비좁아 터지는데, 이 작은 공간에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건 죽음뿐이지요.”

 

별은 뒀다가 무엇에 쓰지요?”

 

 

1부-이것이 우주다, 2014, 출처,국립현대미술관

 

안톤 비도클(1965~)은 뉴욕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러시아 출신 작가이자 전시기획자, 세계적인 온라인 예술정보 플랫폼 ‘e-flux’의 창립자이자 편집자이다. 또한, 56회 베니스 비엔날레, 65~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퐁피두센터, 테이트모던 등에 작품이 소개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러시아 우주론에 관한 동시대적 성찰을 중심으로 3부작 영상을 제작했다.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 <공산주의 혁명은 태양에 의해 일어났다>2016년 광주비엔날레에 (Noon)예술상을 수상하면서 영상미와 사운드, 우주론에 관한 작가의 실험정신을 인정받은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작품을 포함한 3부작을 모두 수집해 이번 전시에서 한 자리에 선보인다.

 

러시아 우주론19세기 후반 러시아의 사상가 니콜라이 페도로프(1828~1903)와 그 주변의 철학자들, 괴짜 과학자들, 혁명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사상체계는 과학·기술·종교·예술을 통합해 발전했고 인간과 우주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했다. 러시아 우주론자들은 인류는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영생을 얻은 후에는 지구라는 시공간을 넘어서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 자와 죽은 자들의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2부-공산주의 혁명은 태양에 의해 태어났다,2015, 출처,국립현대미술관

 

또한, 세계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가가린이 우주엔 신은 없었다라는 말을 비판하기도 했다.

 

안톤 비도클은 세 개의 영상 작품을 통해 인간의 불멸과 부활을 위해 무한한 상상력과 실험정신을 가지고 끝없이 한계에 도전한 니콜라이 페도로프와 그 사상적 계승자들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시대를 불문하고 불멸은 모든 인류가 꿈꾼 것이죠. 페도로프가 우주론을 처음 언급했을 때만 해도 그런 생각은 꿈만 같았지만, 이제는 (영생을 위한) 기술적인 잠재성이 충분하니까요.

러시아 우주론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자본주의 이외에 세계적인 통합을 추구할 만한 정치적 비전이 부재한 세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 <이것이 우주다>(2014). 두 번째 <공산주의 혁명은 태양에 의해 일어났다>(2015). 마지막 <모두를 위한 부활과 불멸!>(2017) 영상 3부작을 전시한다.(전시는 721일까지)

 

3부-모두를 위한 부활과 불멸, 2017, 출처,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안톤 비도클: 모두를 위한 불멸> 전을 통해 러시아 우주론의 핵심 사상과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며, 과학기술·철학·예술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지적 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비도클의 실험적인 작품과 관련 자료를 입체적으로 조망한 작품들을 통해 동시대 미술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 시작되어 전 유럽에 퍼져 나가고 있는 우주론!

자본주의 이후에 대안이 전혀 없는 이 세계에 또 다른 대안으로 우주론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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