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후트 종군기자와 네이팜탄 소녀 킴 푹
이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도 주요 의제중 하나다.
아픈 전쟁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베트남에서 역사적 회담의 의제가 '종전'이라니 정말 아이러니 하다.
킴 푹은 '네이팜탄 소녀'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녀가 9살이던 1972년 비행기가 그녀가 살던 마을에 네이팜탄 폭격을 가했다.
일명 '네이팜탄 소녀'로 알려진 그 사진의 주인공 킴 푹(55)이 독일 드레스덴 인권평화상을 받았다.
사진출처,EPA-연합, 수상전 눈물을 흘리는 킴 푹
드레스덴 인권평화상측은 그녀가 국제 재단을 만들어 전쟁으로 다친 아이들과 유네스코를 지원한 점,
폭력과 증오에 맞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점을 높이 샀다.
킴 푹은 이번 인권평화상으로 받은 상금 1만 유로를 그의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1972년 6월 8일 베트남 사이공(지금의 호찌민시) 외곽의 트랑 방 마을.
닉 후트는 그 날 아침 내내 폭발과 로켓포, 박격포 사격 장면을 찍었다.
비도 내렸다. 정말 치열한 전투였다. 동료와 함께 사진을 보내러 지국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나설 때이다.
바로 그때 네 개의 네이팜탄이 투하됐다.
근처 사원에 대피해 있던 사람들이 모두 뛰쳐나왔다.
아홉 살 소녀 킴 푹도 그들 중 한 명이였다.
“농 콰, 농 콰(너무 뜨거워, 너무 뜨거워).”
스물한 살의 AP 사진기자에게로 아홉 살의 소녀가 울며 뛰어왔다.
무명옷이 불에 타 벌거벗은 채였다. 포연이 자욱한 마을을 등지고 공포에 질려 달려오는 아이들!
닉 후트는 얼른 사진을 찍고 킴에게 물을 뿌린 뒤 다친 아이들을 차에 태워 병원으로 갔다.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병원에서는 부상한 군인이 너무 많아 아이들까지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지만
취재 지원 비표를 흔들며 사정했다.
다친 아이들을 군병원에 억지로 맡겼다.
목숨을 건진 킴 푹은 전신화상으로 이후 17번에 걸쳐 피부 이식 수술을 받는다.
[초점이 나간 이 한 장의 흑백사진은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인류 최고의 아이콘이 됐다.]
호찌민 출신의 닉 후트는 열두 남매 중 열째였다.
부모님은 삵바느질을 했고 집안의 기둥은 AP통신 사진기자로 일하는 형이었다.
학교도 때려치우고 띠동갑 형의 어깨너머로 사진을 배우며 꿈을 키웠다.
종군기자 형이 전사한 뒤, AP통신에서는 후임을 구했다. 닉 후트가 자원했다.
열여섯 살 때 일이다.
“종군기자란 게 죽음에 가까운 일이었던 것은 맞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징집돼 사람을 죽여야 했다. 사진 찍는 일은 반대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었으니까.”
[아이들을 맡기고 지국으로 돌아가면서 ‘사진이 제대로 찍혔을까’ 걱정했었다. 그 땐 다 필름 카메라였으니까.]
다음 날 아침!
전 세계 수많은 신문이 이 사진을 1면에 실었다.
AP통신 사이공 지국의 신출내기 사진기자는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됐다.
“반전 분위기를 고조시킨 최고의 사진이었다. 많은 이가 그 사진을 내가 찍었다고 하면 나를 끌어안고 울었다.
후에 만난 참전 미군들 또한 [그 사진을 보고 이제 그만 싸우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이젠 초로의 카메라 기자인 닉 후트(63)가 입을 연다. 닉 우트는 이 사진으로 1973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사진출처,AP-뉴시스
닉 후트는 전쟁에서 형을 잃었고, 세 번의 총상을 입었다.
살고 있는 집 벽면에는 트랑 방에서의 그 사진을 걸어 두고 있는데, 종종 악몽에 시달린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강한 이미지를 찾아 현장을 누비는 63살의 현장 사진기자다.
사진출처,AP-닉후트,1년뒤.
*** 드레스덴 인권평화상을 예전에 자한당의 김문수가 받았다는 것에 대해 이 인권평화상이 지니는 가치는
나에게 있어 아주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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