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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von3000 2019. 2. 1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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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내 머리가 내 머리 갖지 않고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듯,

그러면서 불안이 달려올 때가 자주 있었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내 휴대폰이 거기에서 시원하게 냉수마찰을 하고 있었다.

푸휴…….’라고 그 순간은 웃어 넘겼지만 죽음이 코앞에 달려온 것 같아 조금 서글퍼진다.

이렇게 건망증은 늙어감에 따른 귀여운 모습이고, 노안이 와서 책을 못 본 지가 꽤 되어 버렸다.

젊은이들과의 술자리에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난 그저 빨리 일어나야 하고,

술값도 내가 지불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닥쳐오니, 늙음이 그저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건 아닌 모양이다.

 

이런 불안이 자주 등장하니 자꾸 외로워진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고…….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나의 삶이고 일이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집중력도 없고, 내키는 대로 와일드하게 행동하고, 감정의 굴곡들이 좀 요란스러우며,

산만하게 움직이는 친구들이 많다.

어느 날부터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는 병명이 등장한 것이다.

 

성인ADHD

 

옛날에는 개구쟁이라는 이름이었을 텐데 말이다. ㅎㅎ

개구쟁이신경증 환자로 둔갑시켜 놓은 건 내가 속해있는 이 사회다.

 

ADHD의 전형적인 증세는 부주의함, 충동성, 그리고 과잉행동,

이 세 가지로 함축된다.

인터넷에 보면 성인ADHD 자가 진단이 천지로 올라와 있다.ㅋㅋ

 

그런데 난 나에게도 이런 모습들이 있지 않나하고 생각들 때가 있다.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잘 잊는다.

매사에 싫증을 느끼고 불쾌하리 만치 무기력해진다.

식당에서 서너 명의 음식을 주문하는 일도 헷갈리고 힘들다.

일을 앉은 자리에서 끝낸 적은 태어나서 한 번도 없다.(이건 좀 아닌 듯…….)

수업이나 근무 시간이 되면 5분 만에 마음이 멀리 우주를 유영한다.

그래서 난 멍 때리기를 자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성인 ADHD 환자가 되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성인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들어난다.

원인도 치료되지 않은 모습으로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가 가장 많단다.

 

20대 청년들의 예로 보면 여러 명의 여성에게 놀러 나가자고 꾀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동시에 보낸다.

답이 오는 사람과 그날 하루를 놀러 나가기 위해서다. 아무도 연락이 없으니 분노게이지가 들끓어 오른다,

이런 행동을 매일 반복한다.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도 자주 바꾼다.

 

원래 싫증을 자주 느끼는데다 충동을 절제도 못하고, 즉흥적이기까지 하니, 진지하게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부주의함, 충동 그리고 과잉행동.

이 세 가지 중에 성인의 경우 과잉행동이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부주의함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일에 집중하고 싶어도 5분도 채 안 돼 딴 생각이나 딴 짓을 하고 있다.

그러니 능률이 생길 수 없다.

조금이라도 복잡한 일을 만나면 머릿속이 엉켜버려 제대로 마무리를 못한다. 심지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얼마나 시간을 들여 어떻게 마쳐야 할지 감도 못 잡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물건을 잃어버리는 건 애교다.

그렇다고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아이들처럼 공격적인 과잉행동의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그저 잦은 실수와 건망증, 무능함으로 사회에서 갈등 유발자가 되어간다.

그렇게 결국은 우울증까지 불러일으키는 겁나는 증상이다.

 

최근에는 다른 이유로도 성인 ADHD의 증세를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성인도 ADHD에 취약하며 어릴 때 ADHD를 겪지 않고도 순전히 스트레스 하나 만으로도 증상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대사회는 정신생활의 피폐화와 물질생활의 황폐화가 주된 모습이며,

모두가 돈의 노예가 되었다.

이 자본주의의 병폐가 후천적인 성인 ADHD 증세를 불러온 것이다.

 

그게 바로 스트레스다.

그렇다면 이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어른들이 얼마나 많을까.

스트레스 해소법이란 게 따로 있지도 않다.

아니 있어도 그러기엔 돈이 필요할 진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이미 난 잠식당해 버렸다.

무욕의 삶을 살자 하지만 그건 죽고 나서 생각하자.

감기처럼 고치지 못하는 병이 되어 버렸다.

해소하려면 세상이 망해야 하는데…….

곧 망할 것 같지가 않다.

 

난 그저 씁쓸하게도 순간 순간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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