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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예멘 난민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von3000 2018. 6. 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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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버지 제사가 있어서 고향인 제주를 갔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라 사촌들끼리 앉아서 지방선거 얘기가 오랜만에 회포를 풀 것이라 생각을 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차를 렌트하고 고향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은 예멘인 들이었다.(예전에 중국인들이 너무 많아 내가 중국에 온 건지, 아니면 이명박근혜가 제주도를 중국에 팔아버린 건지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번에 친척들과의 대화에 주 내용은 예멘 난민 이야기였다.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진짜 난민 맞나?’라는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쏟아진다. 결론이 없는 주장들…….

가장 중요한 건 그들에게 적대적 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사진출처,아시아뉴스통신

 

올해 제주도를 통해 예멘인 500여명이 입국했다.

이들이 대거 난민신청을 하자 한국인들은 덜컥 겁을 내고 있다. 잔뜩 겁먹은 짐승처럼 사방으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난민문제를 생각해 보자.

 

제주출입국 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은 561명이다. 이중 549(620일 기준)이 난민 신청을 했다. 예멘 출신의 난민 신청자는 20150명에서 20167, 201742명에 불과했다. 올해 갑자기 폭증한 셈이다. 

2015년 내전이 발발했다. 이는 정치적 난민인 것이 분명하다는 말이다.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성인 남성이면 징집 대상이 되는 데 누가 동족을 죽이는 전쟁에 참가하려 하겠는가?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가 가능한 말레이시아로 탈출한 일부 예멘인들이 비자 없이 입국 가능한 제주를 찾았다.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국적 항공사가 개설한 제주 직항 노선이 계기였다. 당황한 정부는 지난 430출도제한조치를 내렸다. 예멘인 들을 제주도에 묶은 것이다. 출도제한은 예멘인 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난민신청자들은 통상 같은 국가 출신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가 동포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계를 해결하며 심사를 기다리는 게 대부분이다. 예멘인들은 출도제한으로 뭍으로 가는 길이 막혀 버렸다. 가지고 온 돈이 떨어진 예멘인들은 거리로 내몰린 것이다.

 

법무부는 611일 예멘인들에게 특별취업허가를 내줬다. 원칙상 난민신청자들은 신청일 6개월 후부터 취업이 가능하지만 이를 빨리 풀어준 것이다. 제주에 발을 묶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대신 업종은 제주도 내 일손 부족 업종으로 제한했다. 양식업, 어업, 요식업 등이었다. 모두 한국인들이 꺼리는 일자리들이었다. 취업설명회를 한두 차례 열었고, 400여명이 취업했다. 그만큼 제주엔 일손이 부족했다.
 

61일 법무부는 예멘을 무비자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추가 유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정부 조치는 여기까지였다.(*정부가 예멘인 1인당 138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사실과 다르다. 생계비 지원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숙식제공조건으로 취업 시켰기 때문에 생계비 지원 대상이 될 예멘인의 수는 크게 줄었다. 설사 지원한다해도 액수는 미미하다. 1인당 매월 43만원이 최대치다.)

 

 

사진출처,뉴스1

 

사실 난민에 대한 국내여론은 좋지 않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의 난민 수용 반대 글에는 22일 현재 34만여 명이 서명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여론조사를 해보니 반대 49.1%, 찬성 39.0%였다.

사실 난민 문제엔 정답이 정해져있다. 원칙상 난민은 받아들여야 한다.

감당 가능한 수준인가혹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는 게 이 문제를 판단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2015년 유럽은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시리아 내전 피해자들이 대거 유럽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그 최전선에 있었다.

그해 유럽으로 건너온 난민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많은 110만 명에 달했는데, 이중 90만 명에 가까운 난민이 그리스를 거쳤다. 그리고 그리스를 거친 난민 중 59%가 터키 해안에서 10떨어진 레스보스 섬을 거쳤다.

88000명이 거주하는 이 섬에 1년 동안 526000여명이 밀어닥쳤다.

그때 주민들이 난민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생업을 접고 바다로 나갔고, 매일 빵을 싣고 항구로 갔다. 자기 집을 내줬다. 레스보스 섬 할머니 3명이 시리아 난민 아기를 품에 안고 우유 먹이는 사진은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그 해 그리스 섬의 장삼이사들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이는 ‘World Aparts’란 영화의 세 가지 이야기중 첫 번째 이야기에 아주 잘 나와 있다.

 

육지 사람들이 분노를 키우고 있는 동안 제주도민들은 그리스 섬의 장삼이사들처럼 난민들을 품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종교단체들이 나서는 건 물론, 일반 시민들도 발 벗고 나섰다.

제주시 한림읍에 거주하는 B(41)씨 부부도 지난 11일부터 딸 다섯을 둔 예멘 난민 가정과 함께 살고 있다.

B씨 부부는 대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지만, 불편한 점은 화장실 쓸 때뿐이라고 말했다.

 

예멘인 가족들이 빨래나 청소 등 집안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일상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국악을 전공한 하정연(가명·38)씨는 제주시 출입국관리소 근처에 있는 자신의 연습실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예멘인들에게 일주일 넘게 내주고 있다. 19일 한겨레가 60평 남짓한 하씨 연습실을 찾았을 때도 예멘인 1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이불을 깔고 누워 있었다.(노컷뉴스, 예멘 난민 품은 제주도민들, 620)

 

낯선 이를 경계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외국인도 사람이고, 사람이 늘면 범죄가 늘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외국인 관광을 금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진 않는다. 상식과 이성을 토대로 일부가 그럴 뿐, 대다수는 그러지 않다는 결론에 손쉽게 도달하기 때문이다. 유독 난민에 대해서만 다른 결론을 내린다.

(*실제로 제주도에서 최근 발생한 외국인 범죄는 대부분 관광객이 저질렀다. 예멘 난민 신청자가 저지른 범죄는 현재 0건이다.)

 

 

사진출처,Kallhh, Pixabay

 

오래전부터 난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배우 정우성씨는 이렇게 말한다.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이 계속되면서 성인 남성들은 정부군이나 반군에 우선적 징집 대상이에요. 자기가 원하지 않는 전쟁임에도, 징집되면 살인을 해야 하고 자신의 생명도 위협받죠. 그런데 징집을 거부하면 가족을 볼모로 위협을 가한다고 해요. 살인과 죽음에 대한 공포, 가족의 안전,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예멘을 탈출했다고 해요.”

그는 해외 난민촌을 다녀온 후에는 약 한 달간 현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전하고 난민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정우성씨의 마지막 말이 인상에 남는다.

지금 세계는 한국과 한국인이 제주 예멘 난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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