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일 년에 몇 번씩 들르는 내 고향 제주…….
내가 고향을 떠나던 그 즈음.
한 젊은이가 내 고향, 바로 옆 마을을 찾아 들었다.
김. 영. 갑.
모든 이들은 이국적 풍경의 제주를 논하지만 피맺힌 역사의 남도.
나보다도 더 제주를 사랑한 그를…….
지금은 세상에 없는 그를 만난다.
1982년 처음 제주도에 발을 디뎠다가 첫눈에 반해 버렸다.
서울로 돌아갔지만 짝사랑은 사그라질 줄 몰랐다.
아니, 날이 갈수록 열병을 앓았다.
결국 3년 만인 1985년.
짐 싸들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제주에 들어와 꼬박 20년을 살았다.
스무해 세월, 지독했다.
함께 살고 싶다던 사랑하는 여인도 뿌리쳤고 부모 형제와의 연도 끊었다.
“완벽한 백지 상태에서 제주를 받아들이고 싶었어.
절대 자유인이 되고 팠지. 부질없다는 걸 알았지만….”
가난했다.
라면이 떨어지면 냉수 한 사발로 배 채웠다.
들판에서 뒹굴다 조랑말 먹으라고 밭주인이 던져둔 당근도 씹어 먹었다.
굶주림은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필름과 인화지가 바닥나면
삶을 지탱하고 있던 뿌리가 뽑힌 것 같았다.
미친 사람처럼 잠 못 이루며 초원으로 바다로 서성댔다.
“저 자연의 황홀경을 그저 보고만 있어야하는 괴로움, 말로 못해.
눈으로 찍었어. 그리고 마음에다 인화했지.”
(출처,진정한사진가 김영갑)
그는 6년여를 루게릭병과 싸워 나갔다.
하루에 3~4kg씩 빠져나가는 몸무게.
카메라를 들 힘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던 그였다.
이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사진가이자
깊이 탐구해 들어가 온 몸으로 알아내던 삶의 관찰자 김 영 갑.
그렇게 그는 내 고향 제주도속으로 사라져갔다. 2005년에.
두모악은 폐교된 삼달초등학교 자리이다.
아!
85년 그해로부터
그는 내 고향으로부터 삶의 가치를 전하고 있는데.......
난 그처럼 아무 연고 없는 이곳에 와
무엇을 심고 있는가?
나는 고향에 갈 때는
언제나 그를 만난다.
그리움에…….
(모든사진출처,김영갑갤러리 두모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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