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그 섬에서
옛날 옛적!
형사가 나의 직업이 될 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
어떤 계기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 인생이 그렇게 될거라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같다.
강력계 형사!
승진하고는 거리가 먼...ㅎㅎ
북한강에서...
이 직업에 대한 나의 상상은
늘 범인을 좇고 많은 피는 아니지만(아프니까)
왼쪽 관자놀이 위에 검붉은 피가 조금 흘러내리고
오른쪽 광대뼈에는 시퍼렇게 멍든 모습이...
눈매는 시라소니를,
각진 턱선은 태양인의 형상...(너무 나간건가ㅋ)
늘 사복차림에
양복은 명절에나
아버지 제사에나 한두 번 입을까 말까.
차이나식 점퍼에 지퍼를 2/3쯤 풀어헤치고
무릎 양 옆에 주머니가 달린..그래서
그 주머니엔 담배가 늘 들어있는...
바지 밑단은 옷수선집 할매에게
사정사정하여 고무줄을 대고
걸리적거리지 못하게.
더욱 날렵해 보이는 그런 옷과
가죽처럼 보이는
5일장에서 한 시간 넘게 고른 비닐장갑.
며칠은 감지 않은 머리를 훌훌 털며
전장으로 나가는 강력계 말단 형사!
숨 쉬는 것조차 거칠어지듯 일상의 흐름이 전쟁인 그들!(영화를 너무 많이 봤군.ㅋ)
출근길이 전장터로 나가는 모습을 그리워했다.
그래서인지 쉬운 길은 썩 내키지 않았었다.
비탈진 절벽길이나 가시밭길,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 나의 길일 것이라는 걸 소싯적부터 직감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조직이나 단체를 만들고
권력을 세우고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 감은 희열이었다.
나는 언제나 '개척'을 꿈꾸었고(지금도)
이 창조의 과정은 끝이 없더라.
그런데 조직, 단체, 학교 등의 인사구성과
그 내용들이 안정이 되어지는
'평시'가 되는 순간부터 난
떠날 준비를 하게 된다.
이젠 나의 길이 아니라고……. 떠나라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시작과 그의 과정은
늘 전사의 몫이지만.
평시는 '덕장'의 몫이라고...
전사가 창조해낸 작품들이 안정적으로 흐르면 전사는 떠나가게 된다고.
평시에는 평시에 맞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더라.
그래서 이렇게 떠밀려 가는 건가.
할 일이 남았다고 하는 건 욕심일까
시대의 흐름은
새 시대의 젊은이에게 맡기고
준비되지 않아 우울한 채로 뒷방으로 흘러가는 건가.
누가 정했는지는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자연의 이치인가?
권력자들인가?
새 시대의 청년들인가?
정년. 퇴직. 사라짐. 소멸. 한줌의 재. 명예퇴직(?.퇴직에도 명예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이란
제도로 제일 이득을 보는 놈들이겠지.
우리네의 인생사!
그 어디에 '평시'가 존재했었나?
슬픈 과거와 미래사이.
이 단어를 만든 이들은 이제 말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건
대상자들의 물고 물리는 갈등들!
이유도 없이 서로가 라이벌이 되어
생존투쟁을 벌여나가는
피아가 구분되지도 않으면서
총구의 방향타 또한 잃어버린
그리하여 결국엔 '내'가 사라져 버린
아주 슬픈 영화!
피 말리는 싸움!
그래서일까
난 날마다 새로운 사건을 만나러 나가는
강력계형사이고 싶었다.
늙어 혼자 설수 없게 된다 하여도
늘 '전시'만 존재하는
그런 전사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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