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국)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
살아남으려면 우리 운명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바로 진정한 유럽의 군대다.”
며칠 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연단에 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단상에 섰다. 그리고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외쳤다. 독자 군대 창설을 이야기 한다. 회의장에는 환호가 쏟아졌다. 그렇지만 동시에 한쪽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유럽군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사진출처,스웨덴국방부
아주 오묘한 문제다.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고민이 몰려온다.
미국과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루고 있는 이 때,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라는 지금까지 이름아래 경제 이외에는 미국의 거수기 역할로서의 기능 밖에 없었던 EU가 주체 선언을 한 것이다.
물론 마크롱이나 메르켈이나 자국 내에서의 입지에 대한 불안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정치적 판단이라 할지라도 이는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선언이다.
현재까지 동참 의사를 밝힌 나라는 프랑스를 포함해 독일,스페인,네덜란드,포르투갈,덴마크,벨기에,에스토니아,핀란드이다.
아마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선언은 유럽이 NATO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여기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선 것이다. “러시아, 중국은 물론 미국의 위협에도 맞설 유럽 군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 시작이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는 즉각적으로 반대와 함께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다시 며칠이 지난 후,
메르켈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5개 상임이사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보리와 흡사한 ‘유럽 안보리’를 제안 했다.
유럽 대륙의 맹주이자 앙숙인 프랑스와 독일이 모처럼 의기투합해 군대 창설을 공식화하면서 한때 몽상으로 치부하던 EU의 오랜 숙원이 본 궤도에 올랐다.
유럽의 목표는 ‘전략적 독자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해외 파병은 물론이고 전투에 자국 병력을 투입하는 과정의 시간도 길다. 유럽군이 만들어지는 신속대응과는 거리가 멀다. 비용도 부담이다. 특히 유럽 안보를 주도해온 NATO와의 관계 설정은 최대 걸림돌이다.
북유럽의 노르딕북방협력기구(NORDEFCO)나 독일-네덜란드간 국방협력을 제외하면 NATO 울타리 밖에서 미국을 제쳐놓고 유럽의 군사력을 검증할 기회가 흔치 않았다.
이런 이유로 하여 유럽군 창설은 정치적 엄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한 유럽’을 표방한 마크롱이나 경쟁국 프랑스의 주도권을 견제하려는 메르켈의 입맛에 꼭 들어맞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특히 메르켈은 과거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독일 군대의 이것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진출처,AP-뉴시스
자기 나라의 국민들이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안보 차원에서의 국방 증강은 당연하다. 그런데 희한한 상황이다. 모든 게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의 결과가 지금의 갈등을 되고 있다는 것이다. ASEAN에서도 독자적인 목소리가 울려 나오고 그 무엇보다 ‘자주’에 대한 이야기들이 절절한 요즘이다.
우리의 경우는 강력한 한미 동맹이 -- 왜 아직도 이렇게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 있다. 그래서 걱정하지 말아야 할까?
아니다. 자본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결국 ‘미국 우선주의’처럼 자본의 흐름대로 세상이 흘러갈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부분에 독자노선을 걷자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미국에 기대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식민지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그 길로 방향을 잡은 지 오래된 게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70억이 넘는 지구인들, 같은 사안을 놓고 보더라도 70억개의 자기 의견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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