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Cafe Von

길위에 뿌려진 시간만큼.. 군산으로..

von3000 2019. 10. 1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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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여행중!
어제는 찜질방에서 잤다.
오십명이 넘다보니, 시골 찜질방이 꽉 찬다.



인심 좋은 주인 아줌마가 식당의 탁자도 다 치우고 거기서도 자라고 해서 공간은 확보를 했죠. ㅎ
집 밖을 나오면,
잠을 못자는 아이와 급우울해지는 친구, 볼일을 못 보는
친구들도 있기 마련.

그래도
뜨거운 온탕에 몸을 담그니 피로감이 급속히 밀려온다.



보름날!
자정을 넘긴 시간!

한쪽 벽에 똬리를 틀어 헛 것같은 몸뚱이를 누인다.
수면 안대른 하고서...
잠이 쉽사리 오지 않는다.

잠시 몸을 뒤척이며, 바로 옆에 있는 중3 친구쪽으로
몸을 틀었다.
5초 뒤!

작은 남자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잘 자!"
[으잉! 이게 무슨 소리지?]

다시 5초 뒤,
"잘 자!"

"으잉!"
[도보한다고 피곤한 몸들이니 잠꼬대를 다 하네. ㅎ]

"잘 자!"

이번엔 수면 안대를 머리 위로 올리고 보니,
바로 옆에 누운 중3 김*성이가 나를 보고 웃는다.
또 웃으면서 나에게 말한다.

"아니! 잘 자라고. 잘 자!"

"너 혹시 내가 누군줄 알고 반말하냐?"
내가 어이 없어 하며 김*성이.보고 말했다.



김*성이 말한다. 환하게 웃으면서.
"씰데 없는 소리 하지말고. 잘 자!"

[헉. 어의 상실.]
"야! 나 교장이야! 너네 교장샘이라고!"

"ㅎ ㅎ 아니~ 그냥 잘 자라고! 딴소리 말고. 잘 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
[이 친구 뭐야?]

수면 안대를 벗고 자리에 앉아 김*성을 보면서 웃어줬다.
그러면서 한 마디 했다.
"나 진짜 교장인데...ㅠ"
"쓸데 없는 소리 말고 잘... 컥! 윽! 아이고 교장샘! 나. 난..
*철이 형인줄 알고... 아이고 교장샘! 잘못했습니다."

난 김*성의 머리 흩으려 놓고 웃었다.
김*성이도 하얀 이빨을 보이며 소리 없는 웃음을 짓는다.

***

홍성역에서 기차로 장항역까지 기차로 이동하려고
한달 전 기차표를 다 끊었다.
노조가 파업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파업이 끝났다 하니 충분히 기차를 탈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홍성역으로 갔다.



기차 운행을 안한단다.
[이게 무슨 날벼락!]
창구에서 옥신각신!
역 사무소로 오라해서 갔드만 직위가 높은 친구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한다.

우린 일반단체여서 연락을 안 한거라고..
미안하다고..
죽을 죄를 지었다고.. 이걸로 끝을 내려 한다.
환불해주고.
그냥 끝!



비도 한 방울씩 떨어지고 아이들은 역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다. 아직 남은 4일의 도보 계획이 산산조각 날 상황!

뚜껑이 제대로 열리는 순간이다.

그 다음은 상상에 맡겨도 되겠죠. ㅎㅎ


다행이 역장이 나서 45인승 버스를 내어 장항역까지 도착했다.


드뎌 긴 다리 동백대교를 지나면 전북 군산이다.




군산 뜬다리 부두에서 본 동백대교다.

한국 근현대사의 현장. 군산!

오후엔 모둠별로 흩어져 점심도 먹고 박물관 등 미션 수행을 하느라 바쁘다. 아이들은...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조각상들이다.

저녁 여섯시!
군산 청소년 수련원에 둥지를 틀었다.

내일은 그늘 하나 없는 20세기 후반 세계 인조 건축물
최고의 졸작 새만금 방조제를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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