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놓쳐버린 풍선처럼 날아가 버리듯 간혹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온 동네를 윽박질렀던 매미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밤에는 가을이 왔다고 귀뚜라미 소리가 제법 들려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어쩔 수 없이 침잠 속으로 살며시 숨어 버리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비가 내리는 날을 싫어합니다. 이런 날은 우울이 몰려와 질문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근원적인 보다 근원적인... 답도 없고 끝도 없는 질문들입니다. 답이 없으니 가슴이 먹먹해지고 열감이 오르고 편두통이 저 멀리서 걸어옵니다. 지금까지 놓쳐버린 질문들. 외면해 버린 질문들. 성질 급한 고추잠자리가 비에 젖어 흐느낍니다. 태풍 '솔릭'오는 날. 늦은 밤. 지리산 계곡 위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산장에서 술에 취한 어떤 사람이 전화가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