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리듬 속에서 현란한 기교를 선보이는 기타 연주, 원색의 화려한 주름치마를 입고 격렬한 발놀림과 몸짓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무용수, 그리고 거칠고 깊은 목소리로 영혼을 뒤흔드는 노래. 스페인 남부의 따가운 햇살 아래 마지막 발길을 내디뎠던 집시들의 피 끓는 한이 담긴 플라멩코(flamenco)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렬한 개성을 지닌 예술이다. 역사 속에서 쌓인 이 지역 이슬람 문화의 흔적과 집시들 특유의 감성이 뒤엉킨 플라멩코는 고유의 춤을 보지 않아도, 귀에 들리는 소리들만으로도 경이로운 음악적 감동과 농도 짙은 정서를 전한다. 14세기부터 발전한 플라멩코는 집시, 안달루시아인, 아랍인, 유대계, 스페인의 민요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는 비잔틴과 인도 등 동양까지도 거론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