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내 머리가 내 머리 갖지 않고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듯, 그러면서 불안이 달려올 때가 자주 있었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내 휴대폰이 거기에서 시원하게 냉수마찰을 하고 있었다. ‘푸휴…….’라고 그 순간은 웃어 넘겼지만 죽음이 코앞에 달려온 것 같아 조금 서글퍼진다. 이렇게 건망증은 늙어감에 따른 귀여운 모습이고, 노안이 와서 책을 못 본 지가 꽤 되어 버렸다. 젊은이들과의 술자리에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난 그저 빨리 일어나야 하고, 술값도 내가 지불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닥쳐오니, 늙음이 그저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건 아닌 모양이다. 이런 불안이 자주 등장하니 자꾸 외로워진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고…….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나의 삶이고 일이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집중력도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