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마지막 전쟁을 떠올리면서... 1. 내가 있을 곳이 어디쯤 될까. 무얼 보고 싶어야 할까. 그 지독한 비틀거림에 지쳐버렸다. 가족을 모두 잃고 친구는 떠나는 기억도 없어. 남았는 건 전쟁의 끝에서 꾸역 꾸역 연명하는 거친 호흡 뿐이다. 기억도 나지 않는 비 내리던 크리스마스 미친 개들이 날뛰던 그 거리의 세상. 이젠 나혼자다. 지독하리만치 세상을 거부하던 미쳐버린 나혼자만 남아있다. 이제 어디로 갈까. 썩어가는 시체들, 아무렇게나 쌓아 놓은 장작더미 위. 대나무에 꽂혀있는 영웅의 짜푸린 얼굴! 쓰러져던 풀잎도 통곡하며 사라져간다. 몰라도 돠는 수많은 것들을 알아버린 후 정신이 터지고 사상이 필요치 않고 모든 이들의 감정이 흙더미속으로 파묻혀 버린... 멜랑꼴리의 세계로. 암흑의 시대로. 악마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