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내고향 제주 이야기...

토박이들. 그들의 그림자!

von3000 2018. 10. 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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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바람은 여전히 광기다.
한 쪽으로만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휘몰아 친다.
하긴 사방이 뻥 뚫려있는 섬나라이니 더욱 그렇겠지.

며칠 전 잠깐 동안의 여행!
제주에 갈 때마다 잠깐의 시간을 내어서라도 꼭 가는 곳이 있다.
표선에서 성산포까지의 거리다.
정확히 말하면
표선해수욕장에서 성산포 광치기해변을 거쳐
성산일출봉 왼쪽 작은 횟집 사이로 들어선다.
그 곳, 커피 한잔을 즐긴다.

그런데 문을 닫았다.

탐탁치 않지만 옆 작은 호텔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샀다.

성산 일출봉



일출봉의 절벽이 쓰러질 듯 덮쳐오고
그 앞을 노리는 하얀 파도들이 떼지어
달려드는 일출봉! 거대한 현무암 덩어리!

저멀리 소가 누워 작은 굴곡을 만들어냈다.
평범한 동네의 야트막한 동산!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
이생진 시인의 말을 빌리면
'술은 내가 마시는데 바다가 먼저 취한다'
그런 성산포를 만나고 오고서야 제주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백사장이 길어 파라솔에서 바닷물까지
가는데 다 지쳐버린다는 표선해수욕장에 더 머물렀다.
저 달이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표선해수욕장


수십년 전, 4.3항쟁 시기 수많은 죽임을 당한 이 해수욕장!
그 당시 이 표선면 토산리에는 남자가 없었다고도 한다.
죽거나 산으로 가거나...
우리 누이는 이 토산으로 시집을 갔다.

제주도 토박이


이 해수욕장 언저리에서
나를 업고 다니던 누이 생각이 간절하다.
저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던 누이!

난 이곳에 서면 숨을 쉬지 못하겠다.
가슴이 미어지는 억압을 돌파하지 못해서이다.
내 고향에선 언제나 내 몸과 맘이 그렇다.
그래서 오래 머물지 못한다.
​얼른 떠나야 한다. 동백처럼 피멍이 들어 다시 일어서지 못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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