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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은 음악들이 탄생하는 순간 사라져간다

von3000 2018. 3.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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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억눌림들이 세상 시름만큼이나 무겁게 이 밤에 찾아오면

도심의 주점들은 서서히 불을 밝힌다. 어두운 조명 속으로...

느낌마저 드는 그곳으로... 삶에 지친 군상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세상 고통 하나에 술 한 잔, 작은 기쁨 하나에 또 한 잔. 누군가가 말했던가,

술을 마신다는 것은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라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저 멀리 떠날 준비를 하는 거라고...

버스킹

  사진출처,Uza,동쪽바다카페

 

아무도 알아주지는 않지만 노래가 너무나 좋기에 쓰러질 때까지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사람들, 그저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만이 더 없이 즐겁다는 사람들. 그러나 무대의 무명 가수들은 아득하기 만한 스타의 꿈. 그러나 그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아니 많이도 꼬꾸라졌다. 아무도 모르게....ㅠㅠ

세상은 꿈꾸는 사람들의 몫이던가. 이렇게 작지만 도전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이들도 있지...

도발적인 옷차림. 먼저 아는 척을 하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갔으리라.. 사회자의 짧은 소개가 이어진 뒤 무대 위에는 자기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혼신의 힘을 다한 노래, 그 뒤 이어지는 갈채와 환호, 게다가 열광하는 관객들. 그런데 그 뿐. 무대를 내려오는 순간,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가 누군지, 심지어 조금 전 목청을 돋웠던 그 가수의 이름마저도..  서러울 만도 하지만 의외로 표정은 밝다. 좋아하는 노래를, 많지는 않지만 호응을 해주는 대중 앞에서 맘껏 불렀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밝은 웃음 뒤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는 숨기지 못한다. 그림자! 유난히 길다. 그 설움, 본인이 아니고서야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광주 충장로 버스킹

사진출처,Guitarist F 광주 버스킹

 

내가 아는 방구석 가수들도 있다. 이들의 연주실력이나, 자작곡 능력 또한 탁월하다. 그 어떤 상상력들마저 상식을 뛰어 넘을 때가 더 많다. 대부분의 가사는 본인의 이야기이거나 지금 겪는 것, 아니면 주변의 아픔들이다. 놓치기 싫은 한 뭉텅이의 우울들을 떠 올라오는 것들을 토해내는, 뿜어내는 방구석 연주자들. 방구석의 프로들... 우리의 음악들이 나오고 유통되고 우리의 귀를 향해 들을 권리들을 다 뺏어가버리는 시스템들. 또한 예전부터 가수든, 연주자든 자기의 생각이 분명했건만, 언제부터인지 음악공장이 되어버렸다. 틀에 넣고 찍어내는.....공산품!

누가 오늘밤 이 구조를 박살내러 가실 분 없나요? 나랑요! 시스템의 니바퀴에 이빨하나 뽑아야 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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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언제나 머어언 정상만을 꿈꾸지는 않는다.

자신들의 음악이 제대로 들려지기를...

출발선이 같아지기를...

이들, ‘뜨지 못한 뮤지션들

너덜리스

사진출처,영화'너덜리스'중에서

 

무명가수들에게 정상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다. 전국적으로 이들과 같은 이름없는 가수만 줄잡아 만 명은 넘을 터. 잘생긴 외모에다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고 가요계로 뛰어드는 젊은이들도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다. 게다가 10대들이 인기순위를 좌지우지할 만큼 가수들의 나이가 연소화 되고 있는 것이 요즘 가요계 추세.

진실로 평생 뜨지 못하는 걸까?

뜬다는 건 또 멀까?

 

노력만으로는 힘든 세상!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정상이라는 곳은 이들이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일지도 모른다.

 

김광석거리

사진출처,Navephoto

 

 무명가수들의 생활은 고달프다. 무엇보다 경제적 문제가 크다. 특정 업소에 소속된 전속 가수도 한 달 내도록 노래를 부르고도 손에 쥐는 돈은 직장인 월급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조금 인기 있는 가수들 노래 한 두 곡을 부른 뒤 자리를 뜨는 것에 비해 이들은 여러 곡을 불러야 하고 막간의 시간도 메워야 한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은 가요계에도 적용된다. 아무리 신곡을 취입하더라도 운 때가 맞지 않거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절대로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의 바람은 자신의 노래가 방송을 타는 것이다.

이들은 "방송국에서 마치 세뇌교육을 하듯 노래를 틀어주면 그 노래는 틀림없이 좋게 느껴지게 마련"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홍보에도 비용이 들게 마련.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무명가수들에게 이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Guitarist F '보헤미안 랩소디 편곡) 

 

 

"여기서, 방구석에서,

뜨지 못한 뮤지션들이 내장을 끓어 올리며 만들어 내는

영혼의 노래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우리의 무지몽매함이 바로 그 적()은 아닐까?"   

오늘도 좋은 노래들은 탄생하는 순간 사라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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